기초와 임상, 전통과 현대를 잇는 다리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메인.jpg

“어혈을 진단하는 기준이 정확하게 존재할까?”
“청진기, X-ray처럼 한의학도 진단기기가 있다면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속에 이런 궁금증을 가져본 적 있는 한의학도라면 이 인터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의학 진단의 과학화, 정량화를 위해 진단용 설문지 제작부터, 진단기기 제작에 이르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며, 진단·생기능의학의 전문가를 키워내는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진단·생기능의학과! 지금부터 의국의 세 선생님들과 함께 진단·생기능의학의 매력을 알아보자.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경희의료원.jpg

square check 1919 3.jpg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김현호.jpg 김현호 선생님(이하 김): 서울대 전기공학부에서 학사와 석사과정 학위를 받았고, 다시 수능을 봐서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04학번으로 입학하여 6년 과정을 마치고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인턴 과정으로 들어왔고요. 진단·생기능의학과에서 3년 동안 레지던트 과정 후 전문의 취득을 하고 현재는 펠로우를 하고 있습니다.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이해범.jpg 이해범 선생님(이하 이): 경희대학교 학과간 협동과정 한방인체정보의학과 대학원생(학과간 협동과정인 한방인체정보의학과는 주제에 따라 공대, 경영대 교수님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이며, 지도교수를 한의대 한 분, 타전공 한 분 두게 됩니다.)입니다. 현재 진단·생기능의학 교실에서 박영배 교수님의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저도 김현호 박사님과 유사하게 과학고를 수료하고 카이스트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석사과정 중 그만두고 수능을 쳐서 동국대 한의대에 입학하였고, 졸업 후 면허를 받은 뒤 곧바로 이 교실로 진학했습니다.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한지선.jpg 한지선 선생님(이하 한): 저는 경희대 한의대 졸업 후에 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서 인턴과정 수료하고 지금 진단·생기능의학과에서 수련의 2년차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단체사진.jpg

square check 1919 3.jpg 진단·생기능의학이라는 말이 생소한데, 설명해주신다면?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김현호.jpg 김: 간단히 말하면, 진단학은 전통적인 한방진단학이고 생기능의학은 한방진단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이나 공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한방진단학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square check 1919 3.jpg 진단·생기능의학과는 임상과목이지만 기초와도 연관이 큰 것 같은 느낌인데요. 이 점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김현호.jpg 김: 병원교실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데는 연구, 교육, 임상, 이렇게 세 가지가 중요한 항목인데요. 우리 과의 경우는 첨단 기계를 통해 환자 상태를 측정하는 것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많이 하고 있고요. 임상에서는 그 측정값들이나 한의학 변증을 이용하여 환자들에게 건강 평가 내지는 미병관리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진단학은 실제 진료행위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하기 때문에 기초이면서도 동시에 임상인 측면들이 있어요. 기초와 임상이 잘 섞여, 서로 협력이 되고 소통이 되어야 하기에 그런 부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square check 1919 3.jpg 그렇다면 진단·생기능의학과의 장점은?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이해범.jpg 이: 제가 생각하는 장점도 결국은 기초와 임상을 잇는, 한편으로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한의학에 추상적인 내용들이 많아서 잘 와 닿지 않을 때가 많은데, 진단·생기능의학과에서는 정량화 내지는 현대적인 방법론을 통해 세련된 방법으로 한의학을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square check 1919 3.jpg 김현호 선생님은 병원 수련과정을 고려하실 때부터 진단·생기능의학과를 염두에 두고 계셨나요?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김현호.jpg 김: 학부 때는 사실 진단·생기능의학과가 있었는지 잘 몰랐습니다. 저는 그 당시 기계를 이용한 연구에 관심이 많았고, 기초연구보다는 임상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임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어서 병원으로 진로를 정하였습니다.


square check 1919 3.jpg 많은 한의대 학생들이 대학원이라고 하면 보통 기초대학원을 떠올리는데요. 이해범 선생님은 임상대학원 특히 그중에서도 진단·생기능의학교실에 진학하신 이유는요?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이해범.jpg 이: 처음부터 기초와 임상을 나눠서 결정했던 것은 아니고 제가 하고 싶은 연구와 교육받고 싶은 부분을 먼저 정한 후 그것에 맞는 대학원이 어디인지 찾아보고 결정을 했습니다. 유학도 생각해보고, 한의대 대학원, 공대 대학원 중에서도 한의학적인 부분을 연구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알아보다가 제가 고려하는 부분들이 진단·생기능의학교실과 가장 잘 맞을 것 같아서 이곳으로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square check 1919 3.jpg 진단·생기능의학과의 수련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또 무엇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김현호.jpg 김: 아직은 진단·생기능의학이 전문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의 수련과정에 있어서는 침구과의 수련을 받게 되고, 전문의 보드 역시 침구과로 받게 됩니다. 또한, 진단·생기능의학과 수련과정은 현재 3년에 한 명씩 TO가 납니다. 이렇게 침구과 수련을 같이 받다 보니 침구과 수련이 갖는 장점도 함께 얻는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환자군이라던가 침이라는 훌륭한 도구에 대해서 수련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 등 임상과 기초를 동시에 겪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또 제가 연구 주제로 삼았던 것들을 돌이켜 보면, 임상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직접 발견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한의학에서의 연구는 결국 임상적용이 최종 목표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인지 침구과 수련을 하면서 떠올리는 많은 아이디어와 환자 친화적인 생각들이 연구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연구하는 분야에는 변증연구, 생체신호 측정 및 분석 등에 관한 임상 주제도 있지만, 기초 주제, 예를 들면 데이터 마이닝을 통한 의서 연구 또는 실제적인 기계 개발 등의 측면도 있기 때문에 기초와 임상 양쪽 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밌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한지선.jpg 한: 수련과정은 총 3년 동안 진행하게 되는데 1년차에는 침구과 동기들과 똑같이 병동에 있는 침구과 입원환자 주치의를 하게 되고요. 2, 3년차 때는 병동에서 떨어져서 1년차보다는 임상과는 멀어지지만, 침구과 외래에 1주일에 두세 번 들어가 외래 보조를 합니다. 그 이외에는 진단·생기능의학과 수련과정도 같이 진행하게 되는데, 외래에서 검사가 들어오면 환자를 직접 보고 검사 판독을 하게 됩니다. 또 진단·생기능의학과에 입원환자가 생길 때 주치의를 맡아서 하게 되고요. 그 밖에도 행정적인 업무들이나 대학원 조교로서의 일을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square check 1919 3.jpg 수련과정 중에 가장 보람 있었던 에피소드를 얘기해주세요.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한지선.jpg 한: 의사로서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역시 환자와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면서 좋은 치료 효과를 거둘 때인 것 같아요. 특히 5살, 7살 정도 되는 어린아이들이 입원해서 함께 지낸 적이 있었는데, 순수한 아이들이 저를 참 잘 따라주고 예쁜 그림 편지까지 그려주어서 굉장히 감동받았었어요.


square check 1919 3.jpg 그동안 진행되었던 연구 중에 가장 고생하셨거나 기억에 남는 연구가 있으시다면?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김현호.jpg 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현재도 고생하고 있는 저의 박사학위 논문이죠. (웃음) 지도교수님과 농담 중에 나온 아이디어가 휴대전화에 쓰이는 가속도 센서를 이용해서 인체의 관절 움직임을 측정해 보는 것이었는데, 완전 백지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기존 전기공학 전공 지식과 선후배 인맥을 총동원해서 결국 그 기계를 만들게 되었죠. 아이디어가 좋았기 때문에 중간에 보건복지부 연구과제에 선정도 되었고요. 관심을 보인 업체도 있어서 함께 3년 만에 그 기계를 만들어내고 식약처 허가까지 받았습니다. 측정 기계를 개발하는 과정, 핵심 알고리즘, 관련 수식 및 지표 개발 등에 대한 논문으로 학위취득을 해서 지금은 그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최근의 한의계 내에서는 아마 한의사 손으로 만든 최초의 진단 의료기기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진단기기 2.jpg

square check 1919 3.jpg 대학원 과정인 진단·생기능의학교실에서는 무엇을 주로 배우고, 또 어떤 사람들이 연구하는 것이 적합할까요?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이해범.jpg 이: 한의학 콘텐츠를 공학적으로 계량화해서 풀어내는 것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을 주로 배우게 됩니다. 방법론에만 치우치지 않고 적정선을 잘 지켜서 연구하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본인이 연구하고 싶은 의지나 콘텐츠가 있다면 공학이나 코딩을 활용한 부분까지 연구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연구실에 적합한 학생의 범위는 비교적 넓다고 생각합니다.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김현호.jpg 김: 보충설명을 해보자면 우리 교실은 일단 임상교실이지만 수련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외부에서 대학원생들이 들어오고, 학과간 협동과정도 운영하고 있어서 대학원생 정원이 적지 않은 편이에요. 장점이라면 장점이죠. 아무래도 학위의 메리트 상 대부분 한의사들이 오기는 합니다. 그런데 코딩이나 기계라고 하면 한의사들이 다루기 힘든 연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저희 교실에서는 주로 이미 측정된 값들을 어떻게 하면 한의학적으로 설명하고, 임상에 연결하고 또 이 값들이 의학적으로 메리트가 있는지 등의 의학연구를 하고, 기계나 알고리즘 개발은 공학적인 베이스가 있는 인력이 서포트를 합니다. 그리고 학과간 합동과정의 특징상 공대, 경영대 교수님들께서 전문적인 부분에 있어서 공동지도 형태로 많이 도와주시기 때문에 순수 한의사라 하더라도 충분히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square check 1919 3.jpg 후배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김현호.jpg 김: 학생들은 1차 의료인으로서 소양을 쌓을 의무와 권리와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치 논리에 휩싸여서 공부의 영역을 결정하지 말고, 기회가 닿는 한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의국스토리 이규희 경희한방 진단생기능 한지선.jpg 한: 학생들은 본분에 맞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또 학생 때 봉사활동을 통해 환자를 접하는 경험이 나중에 환자를 대할 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인터뷰 후


최근의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이슈와 함께 더욱 주목받고 있는 진단·생기능의학. 과의 명칭은 다소 생소할지 몰라도 이 과에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려는 것들은 우리가 너무나도 익숙하게 고민해왔던 것들이다. 나 역시 ‘나와 내 친구는 과연 한 사람의 맥을 똑같이 진맥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줄곧 해왔고, 적절한 치료를 하기 위해서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나를 비롯하여 많은 한의학도들, 한의사들의 고민이 바로 이곳을 통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앞으로 나의 진로와 한의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좀 더 멀리 볼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진행해주신 진단·생기능의학과 의국의 김현호, 이해범, 한지선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열정적인 연구를 응원한다.


참고  [KMCRIC 연구자 인터뷰] 김현호 박사 http://www.kmcric.com/_daww3l


[의국] 2인 명찰 이규희 홍관식.jpg